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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mini 1단계 후기 : B와 V와 W

독일어학습지
작성자
정지혜
작성일
2020-03-04 09:29
조회
1525

1. 이름: 정지혜

2. 들으신 학습지: 독일어 미니 1단계 / 후기 남기기 미션

3. 후기:

 독일어 mini 1단계 후기 : B와 V와 W


 시작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독일어 초보는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헬조선 탈출이 우리 세대의 궁극적인 목표처럼 오르내렸을 때, 나는 독일로 탈출하고 싶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페터 한트케와 하인리히 만, 유디트 헤르만을 좋아했다. 게다가 사람들이 어지간하면 먹기 힘들다는 백 퍼센트 호밀빵도 없어서 못 먹었다. 소시지도 좋았다. 좀 한심해 보이는 이유 빼고, 미학이 공부하고 싶었다. 철학과 학생이 ‘철학은 칸트와 헤겔로부터 시작된다’느니 바움가르텐의 저작을 영어 중역에서 읽는 것도 진저리가 났다. 그래서 독일어를 공부했다. 문제는 그 보증금 제도와 독일어문화원에서 인터뷰를 받을 때마다 듣는 소리였다. 만만치 않을 텐데요. 가능하시겠어요? 때마침 건강이 나빠졌고 다니던 독일어 학원을 그만두면서 나는 독일어로부터 멀어졌다. 그렇게 독일과는 평생 연이 없겠거니 싶었다. 다들 나를 위로했다. 독일 사람들은 샌들을 신을 때 양말을 같이 신는대. 물론 직접 가본 친구는 없었다.


 그러나 우연치 않게 기회가 생겨 8월달 프랑크푸르트 티켓을 끊었다. 오페라니 발레니 보고 싶다는 타령을 계속 들었던 사람들은 이번에 꼭 가라고 엄포를 놓았다. 안 그러면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 몸체에 묶어서 보내버릴 거야. 그 협박을 실행할 사람들이니 독일 여행 코스를 짜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유럽 대륙 여행이 처음이라는 점이었다. 게다가 영어를 눈으로 읽고 쓰는 건 어느 정도 했지만 막상 말로 하면 정말 끔찍한 말이 튀어나왔다. 이전에 서울역 플랫폼에서 한 외국인이 도움을 청한 적 있었는데, 동행의 말로는 내가 대답할 때 그 사람의 표정이 점점 이상해졌다고 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영어뿐 아니라 이전에 배웠던 독일어와 스페인어 단어까지 섞어가며 요상한 말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어쩐지 그 외국인이 다른 데 가서 또 묻더라. 난 의심이 많은 줄 알았지.


 잡설은 그만하고, 그래서 독일어를 다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 독일어 학원에서 배웠던 원어민 선생님은 내가 스페인어 단어나 영어 단어를 쓰면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계속 고쳐주었다. 고쳐서 제대로 말할 때까지 복도에 함께 서 있었다. 게다가 독일에서 벌금이라도 물면 어쩌나. 유로화 환율을 보면서 다짐했다. 모르고 벌금 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래서 독일어를 다시 공부하자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이전에 배웠던 자료들을 다시 들춰보자니 일주일에 한 번 보는 게 고작이었다. 회화로 하자면 더 문제였다. 


 때마침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를 보았다. 일단 가볍고 (이전 학원에서는 사전도 함께 들고 다니라고 했다) 30분 내외의 강의에 (1시간 반 동안 서로 시간 정하는 회화를 듣다 보면 그냥 만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쟨 극장 간대잖아. 그냥 내일 보자고 해.) 강아지가 귀여웠다. (어쩌다 보니 고양이와 살지만 강아지파다.) 그리고 저렴했다. 매달 2만 삼천원씩 나간다고 친다면 적어도 그 자각 때문에 하겠거니 싶었다. 나는 할부의 힘을 믿는다. 할부는 우리의 모험을 원활하게 해주는 한편 내 고삐를 죄여준다.  죄책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한 독일어 공부는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 발음부터가 난관이었다. R의 발음은 달려들기 직전의 개처럼 으르르르 끓는 듯이 한다쳐도 B와 V와 W는 셋 다 ㅂ인데 같은 ㅂ는 아니었다. 과연 독일에 가서 알아들을 수나 있을까? 사실 며칠 동안 학습지를 안 본 적도 있었다. 십 분 대의 강의라고 우습게 본 게 문제였다. 두 강의를 몰아들으니 머리가 절로 아팠다.


 강의에서 다미안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계속 들었다. 그러던 중 독일 뉴스 방송을 들었다. 순간 독일어가 아니라 영어를 공부하고 독일 사람들의 친절을 기대해보는 편이 어떨까 고민했다. 하지만 내게는 원대한 꿈이 있었다. 만약 가능하면 독일 대학의 수업을 청강하고 싶었다.  발레 수업도 듣고. 물론 도중에 잠들지만 않으면 다행이지만.  하지만 선생님이 종종 독일인들이 쓰는 일상 표현들 Echt! 등등 흘려주실 때마다 가서 알아듣는 척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읽고 썼다. 


 1단계다 보니 비교적 기초적인 것들만 배우게 된다. 하지만 각 알파벳과 단어들이 어떻게 발음이 되는지 배우고 숫자를 배우는 건 중요하다. 숫자를 배워야 사기를 안 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전에 학원을 다닐 때도 내가 15유로 짜리를 잘못 알아듣고 50유로를 내면 어떡하나 고민했다. 12유로짜린데 20유로 내면 어떡하지? 그 기초다. 아마 다음에는 시간 표현을 배울 텐데 그 때도 잘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방송에서 30분 늦게 도착한다고 했는데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나. 한국이야 네이버 지도가 있다쳐도 유럽은 없다.


 솔직히 공부 노하우는 별로 없다. 내가 모범생이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윤재 님은 모범생이었다. 다미안 선생님이 2단계 강의에서 제발 따라하라고 할 때마다 찔렸다. 예전에 독일어 선생님이 auch라는 표현이라도 입에 붙이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목 말라? 나도. 뭐 먹을래? 나도. 좀 이상하다. 도와달라고 할 때 help라고 하면… 솔직히 한국에서도 이상한 사람이 무작정 도와달라고 하면 다들 당황할 테다. 그러면 우리의 목적지는 경찰서가 되겠지…각설하고.


 1단계 노하우는 우선 간단하다.


 1. 강의 잘 듣기.

 매일 듣기. 

 몰아들을 때는 전 강의 다시 듣기.

 이게 무슨 노하우인가 싶을 테지만 난 솔직히 이거 안 지키는 사람들 많다고 본다. 아니면 내가 나쁜 학생일테고.


 2. Swiss Radio Klassic/ Jazz 앱 

  사실 공부할 생각으로 깔았던 앱은 아니다. 그냥 라디오 방송으로 르네 파페 노래를 틀어준대서 깔았다.

 그런데 중간중간에 독일어가 나온다. 강의에서 들었던 단어들이 쑥쑥 나오는 걸 듣고 기겁했다. 

 음악 듣자고 깐 건데 그 사이에 나오는 곡 소개를 (10초도 안됨) 더 귀담아 듣게 된다.

 물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Mozart의 Klavier Spielen…대충 3장이겠거니 하면서 숫자도 듣는다. 

 선생님이 보면 이게 무슨 노하우인가 싶겠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독일 뉴스를 듣는 것보단 낫다.

 

 

 3. 댓글란 확인

 나도 그렇지만 몇몇 분들이 열심히 질문을 단다. 그 질문란에 선생님들이 답변해주시는 걸 보면 의외로 쏠쏠하다.

 이렇게 말해도 된다는 걸 아는 한편 역시 인간은 어떻게든 쉬운 길을 찾으려고 애쓰는구나 싶어 마음이 짠하다.

 한 표현으로 변주해서 다른 표현도 가지치기로 배우고 싶은 것이다…

 욕심 같아도 사기는 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사실 한국어를 몇십 년 넘게 배워도 사기를 당하는 세상인데 안 당하기는 어려울 테지만.

 적어도 사기를 칠 마음도 없는데 나 자신에게 속아넘어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부하고 있다.

 


선생님들이 보면 한심하겠지만

 미학을 공부할 생각이었던 애라면 적어도 이성철학입문 이런 걸 원어로 읽거나 독일의 미학도들과 토론하고 

 오페라나 문학에 관해 서로 교류하는 걸 목표로 삼는 편이 당연한 게 아니냐 싶겠지만

 사실 난 예전에 독일어 논문 번역해가는 과제를 받았을 때 정말 너무너무 바움가르텐과 헤겔이 미웠다.

  그때 나름 독일어 공부를 매일 세 시간씩 했는데도 헤겔은 진짜 헤겔이었고 바움가르텐은 진짜 바움가르텐이었다.

 힘들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독일에 있다는 릿터 초콜릿 공장에 가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지금 다시 보니까 선생님들이 밑에 “후배들에게 지혜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이라고 적어주셨는데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후기를 열심히 썼을 것이라고 믿고 넘기기로 한다.

 텔레비전에도 뉴스랑 시사토론 교양 프로그램만 방영할 순 없으니까…

 물론 선생님들은 이 글을 보고 못 웃으실 것 같다. 

 그래도 열심히 할게요.

 감사합니다.  


 


 * 그래서 B와 V와 W의 차이점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강의 들으면 된다. 

 BMW베엠ㅂ붸 

 

  



전체 1

  • 2020-03-05 17:58

    안녕하세요~ 학습지 1단계 마치셨네요^^ 오랫동안 놓았던 독일어를 저희 미니와 함께 다시 하고 계시네요^^ 너무 반갑습니다. 독일에 가시게 된다면 재밌게 잘 지내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의를 잘 듣고 댓글을 유심히 본다는 말씀은 정말 중요한 팁인 것 같습니다~ 후기 잘 보았습니다. 미니 학습지를 통해 독일어를 배우고 또 기회가 되어 더 높은 레벨을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언어를 배우면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단계 후기 체크했습니다. 9단계 모두 작성하시면 쿠폰 안내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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